이탈리아를 방문한다면 로마나 피렌체, 밀라노같은 대도시도 좋지만 꼭 시간을 투자해 이탈리아 남부 여행을 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. 저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좋았던 여행지를 꼽으라면 이탈리아 남부를 꼽습니다. 주위에서 신혼여행 장소를 추천해달라고 하면, 고민없이 이탈리아 남부를 추천합니다. 지금부터 이탈리아 남부에서 여러분이 꼭 가보셔야 할 세 곳을 추천드리겠습니다.
1. 포지타노
포지타노는 절벽을 따라 그림같이 펼쳐져 있는 집들로 유명한 도시입니다. 이탈리아 사람들조차 여름 휴가기간이 되면 이 포지타노를 찾습니다. 포지타노라는 이름은 포세이돈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합니다. 포세이돈이 만든 도시라는 이름이 있을만큼, 포지타노는 매력적인 해안도시입니다. 포지타노는 그야말로 휴양도시입니다. 유명한 스타들은 오래된 이탈리아 특유 렌트카를 빌려서 이 곳에 온다고 합니다. 돈도 없고 운전도 못하는 20대의 저는 캐리어를 끌고 포지타노의 절벽을 끙끙대며 올랐습니다. 만약 본인이 렌트를 하지 않았다면 꼭 호텔에 픽업 서비스를 요청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. 굽이굽이진 절벽길은 버스를 타도 아주 스릴있을 만큼 좁고 가파릅니다. 저처럼 무거운 짐들을 들고 고생하시지 않기 바랍니다. 하지만 그 고생을 잊게 해주는 건 결국 숙소에 도착해서 절벽과 포지타노의 새파란 바다 풍경이었습니다. 저는 푹 자고 일어나서 수영복 차림으로 해안으로 내려가 하루종일 수영하다가, 해변에 인접한 여러 식당들에서 오징어와 싱싱한 바다 해산물을 먹었습니다. 그리고 나서 레몬 샤베트를 포장해 일광욕을 즐기다가, 여름 휴가를 온 이탈리아 젊은이들과 어우러져 비치발리볼을 하기도 했습니다. 다음날도, 그 다음날도 포지타노만의 여유로움과 아름다운 해변은 현실에서 완벽하게 도피할 수 있는 도피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.
2. 소렌토
돌아오라 소렌토로 라는 노래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을 것입니다. 소렌토는 우리에게 아주 멀지만, 무언가 친숙한 도시입니다. 나폴리만 꼭대기에 위치한 이 도시는 르네상스 건축물과 매력적인 골목이 있는 도시입니다. 메인 광장인 타소 광장에 서 있으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예전의 역사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. 주변 언덕들은 온통 레몬과 오렌지 밭으로 뒤덮여있습니다. 이 곳에서 불어오는 레몬 냄새, 오렌지 냄새는 소렌토만의 향을 보여줍니다. 활기 넘치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소렌토만의 술인 리몬첼로를 한 잔 마셔보시기 바랍니다. 리몬첼로에 취해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해가 뉘역뉘역 집니다. 소렌토의 건물들은 보통 노란색, 주황색, 황토색 등의 따뜻한 색입니다. 지고 있는 햇빛이 소렌토의 건물에 닿으면 모든 건물들이 반짝입니다. 그 반짝임을 따라 소렌토에서 묵어보시기 바랍니다.
3. 카프리섬
축구선수 박지성도 신혼여행으로 이 카프리섬을 골랐다고 합니다. 카프리섬은 아주 작은 섬입니다. 소렌토에서 혹은 포지타노에서 페리나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. 저는 소렌토에서 페리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. 카프리섬에 내리면 아나카프리라는 마을로 가는 작은 버스가 있습니다. 보통 카프리섬에서 푸른동굴 투어를 한 후, 아나카프리 마을로 버스를 타고 넘어가 리프트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는 코스가 가장 유명합니다. 저도 가장 유명한 이 코스를 택했습니다. 푸른동굴 투어는 카프리섬 선착장에서 큰 배를 타고 동굴 앞까지 가서, 4명씩 혹은 2명씩 아주 작은 보트로 갈아타게 됩니다. 아주 작은 보트로 갈아타는 이유는 푸른동굴로 들어가는 입구가 아주 작기 때문입니다. 파도가 높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입구가 파도에 막혀 들어갈 수 없습니다. 저는 운 좋게도 푸른동굴의 입구가 저희를 허락해 주어서 들어가볼 수 있었습니다. 들어가면 작은 동굴 입구로 햇빛이 새어들어와서, 어두운 동굴 속에 바다 색이 아주 반짝거리는 푸른색으로 빛납니다. 꼭 만화 영화에 나올 것처럼 반짝이는 파도를 보며 뱃사공들이 노래를 불러주기도 합니다. 이 장면은 아직도 제 머릿속에 생생합니다. 카프리섬은 아주 조그마한 섬이지만, 이 푸른동굴은 인생을 살면서 꼭 한번 보아야 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.
이탈리아 남부에서 제가 보낸 일주일은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. 매일 노을을 바라보고, 반짝이는 파도와 윤슬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낭만적인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. 오늘 제가 쓴 이 짧은 글이 여러분을 이탈리아 남부로 이끌기를 바랍니다.